기획

프로젝트 후반부를 달리며

xeaxonx 2024. 8. 12. 20:53

나는 IT 연합동아리에서 중간 지점 찾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우리 프로젝트는 기획 2명, 디자인 1명, 프론트 2명, 백엔드 2명으로 구성되어있으며, 나는 그 중 기획을 맡고 있다. 3월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직면한 문제들, 그리고 고민들은 정말 많았다. 데모데이 이후 더 자세하게 회고록을 작성할 것 같으니, 이번 글에서는 주요 고민과 해결에 대해 다뤄보겠다.

 

1. 플로우 그리고 기획

우선 우리 프로젝트는 플로우가 상당히 어렵고 길다. 중간지점찾기 프로젝트면 중간지점 찾기만 하면 되는데 왜 어렵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중간지점 찾기가 우리의 메인 기능이다. 그런데 우리는 중간 지점 결과를 바탕으로 장소 투표를 하게 하는 기능도 있고, 만날 시간을 투표하는 기능도 있으며, 중간 지점 후보 주변 상권을 보여주는 기능도 있다. 

 

사실 중간지점 찾기까지의 플로우가 단일화되었다면, 위에 기술한 기능들은 무척 간단하게 기획 및 구현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첫 번째 플로우인 장소 입력을 두 갈래로 나누었다. 개인이 친구들의 출발 장소를 모두 입력하여 개인이 중간 지점을 바로 찾을 수도 있지만, 친구들한테 링크를 공유하여 개개인이 자신의 출발 장소를 입력하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나누니 각 플로우에 따라 투표 플로우 등도 달라지고(사실 투표도 투표 생성자가 수신자에게 링크 전달하고 수신자는 링크 전달받고.. 투표 플로우만으로도 뭔가 많다), 사용자 태스크를 정리해보면 더 많은 플로우가 생길 수도 있었다. 로그인 기능도 우리가 처음에는 전혀 생각 안 했던 기능인데, 여러 사용자 태스크 및 가능 플로우를 고려한 결과 사용자 등록(로그인)기능이 있어야 할 것 같아 프로젝트 중반부에 추가하게 되었다.

 

다들 안 와닿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사실 내가 기획으로 참여한 첫 번째 프로젝트라 감이 잘 안 왔는데,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개발자분들도 지금껏 해보신 프로젝트들 중 가장 어렵다고 하셨고 나 말고 다른 기획자분도 프로젝트 중 이렇게 화면이 안 그려지고 플로우가 어려운 건 처음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지금은 거의 프로젝트 막바지가 되고, 어찌저찌 잘 정리가 되어 마무리를 앞두고 있지만, 7월까지만 해도 플로우가 계속 바뀌고 생각할 부분이 정말 많아서 힘들었다. 3월에 시작했는데 7월에도 플로우가 바뀌다니. 디자이너, 개발자분들께도 너무 죄송했다. 그리고 내가 기획자임에도 불구하고 플로우 그리기, 이해가 오래 걸려서 스스로 채찍질하는 순간도 정말 많았다. 내가 도움이 안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개발자분들도 플로우 변경 등의 기획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는데 그럼 기획자의 역할은 뭔지 회의감이 드는 날도 많았다. 그치만 지금까지 많은 회의를 거치고 나니 UX를 생각했을 때 기획자는 꼭 필요하다고 느꼈고, 모든 IT 프로젝트에 기획자가 있는 이유는 당연히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에서 괜히 돈 많다고 서비스 기획자를 채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플로우 논의는 기획-디자인-개발이 모두 활발하게 하는 게 당연한 거였다. 

 

 

2.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힘들다면

기능 구현에 있어서의 문제도 있었다. 기획 측에서 기대하는 건 A와 B 모두라면, 개발 측에서는 A와 B 모두 완벽하게 구현이 불가능하여 A를 제대로 하면 B는 살짝 포기하게 되는 딜레마가 생겼다. (이것도 사실 플로우와 관련된다....) 나는 사실 개발 측의 입장에 많이 공감하고 배려해주고 싶은 입장이라, 개발 측에서 편한 대로 A 위주로 구현해달라 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A에 집중함으로써 생기는 어색한 플로우가 너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한 결과,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선순위에 집중하자. 그리고 이 우선순위는 프로젝트에서 뭐가 더 메인이냐를 말한다. 우리 프로젝트에서의 메인은 투표보다 중간지점 찾기이기 때문에, 여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플로우가 더 낫다는 결론을 내고 말씀드렸다. (그렇다고 투표 기능을 구현을 대충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이게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지는데...암튼 메인에 집중을 했다.) 결과적으로 개발자분들도 동의해주셔서 기획-개발이 꽤나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가 잘 해결된 것 같다.

 

3. 소통 부족

우리 프로젝트는 대면보다는 비대면 회의로 진행되었다. 그러다보니 서로가 뭘 했는지 진행상황 공유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든 생각으로는 초중반까지 파트 간 소통이 정말 부족했다. 서로의 소통 창구가 주 1회 비대면 회의뿐이었는데, 플로우가 복잡하다보니 사람마다 이해한 것이 다르고 구현한 것도 달랐다. 그래서 기획이 생각한 바와 개발된 게 달라 결과적으로 엎고 다시 하게 되는 비효율적인 프로세스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 해결해준 것이 슬랙이다. 사실 우리 프로젝트의 슬랙은 4월 쯤 만들었는데, 거의 사용을 안 했다가 7월부터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우선 데일리 스크럼으로 매주 수/금/일 자정까지 각자 한 일을 기록했다.그런데 이것도 까먹는 사람이 많아 나중에는 벌금화했다. 데일리 스크럼은 각자 한 일 작성뿐만 아니라 논의사항이나 에러, 문제 사항, 혹은 피그마 코멘트 확인해달라는 글 등 자유롭게 사용되기도 했다. 슬랙 댓글 기능, 공감 기능 등을 통해 서로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되었고, 그 결과 더이상 플로우가 서로 엇갈리는 일도 없었다. 슬랙은 활발한 소통 및 논의의 장이 되었따. 후반에는 장문의 응원글도 올라왔는데, 읽고 솔직히 좀 많이 감동받아서 눈물 날 뻔했다.....

 

4. 끝을 향해

아무튼 우리 프로젝트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기획이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고 어려운 건가, 나는 기획이랑 안 맞나 싶었던 날들도 있었고, 피그마를 그만보고 싶은 날도 많았지만 이러한 날들 또한 나에게 많은 성장과 가르침을 주었다. 오늘 진행된 비대면 회의에서 구현된 화면들을 다같이 봤는데 모두가 감탄했다. 첫 프로젝트에 출중하신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분들을 팀원으로 만난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정말 많이 고민했던 부분들이 최선의 방안으로 구현된 것을 보니 뿌듯하다. 우리 사이트가 성공적으로 배포되고 수익 창출까지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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