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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에 관한 딜레마

xeaxonx 2024. 8. 21. 20:41

이번 글에서는 내가 오늘 겪은 책임감에 관한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나는 전부터 친구와의 8월 말 1박 2일 부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어느덧 8월 마지막 주가 다음 주가 되었기에, 오늘부터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원래 가기로 했던 날은 금-토였다. 사실 휴가철은 이미 끝나서 8월 마지막 주 금-토면 가격이 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비쌌다.

 

그렇다.. 금-토는 몇 월이든 비수기가 아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처음에는 간과했던 것이다. 전날인 목-금을 알아보니 금-토에 비해 훨씬 쌌다. 그러나 같이 가는 친구가 직장이 있기에 휴가를 써야 하는데, 이미 금요일 하루 휴가를 쓰고 가는 것이기에 목요일까지 휴가를 쓰게 할 순 없었다. 

 

다른 날짜들을 더 찾아봤다. 토-일은 역시 주말이니 더 비싸고, 일-월은 금-토에 비해 꽤 저렴했다. 월요일이 9월 2일이라 개강일이기도 하고, 금-토는 퇴근 후의 여행이 가능한 반면 일-월의 경우 월요일에 무조건 휴가를 써야 하기에 직장인들에게도 비선호된다.

 

그렇다면 금-토와 동일하게 친구가 휴가를 하루만 써도 되고, 가격도 더 저렴한 일-월을 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금-토에 비해 일-월 여행을 가는 사람도 훨씬 적으니 여행 자체도 여유로울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나의 문제가 시작된다. 월요일이 개강일이긴 하지만 수강정정기간이라 출석 반영이 안되기도 하고, 내가 월요일에 있는 수업 1개를 철회할 예정이기 때문에 수업 결석을 걱정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내가 현재 운영진으로 소속되어 있는 학교 단체 (?)는 매주 월요일에 대면 회의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 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어서 팀 회의를 주도하는 사람이다. 팀이 해야 하는 업무가 있고 그 업무를 시기에 맞게 진행하도록 주도하는 것이 내 임무이기에 하루라도 회의를 결석하는 것은 조심스러웠다. (팀장 맡은 이후로 아직까지 결석한 적은 없다.) 뿐만 아니라 팀장 없는 팀 회의 시간을 만들기가 미안했다. 더군다나 우리 단체에서는 늘 개강일에 개강 부스를 여는데, 매 교시마다 부스 상주 인력이 달라진다. 결국 일-월 여행을 가면, 내가 개강 부스에 못 있게 되고, 내 자리를 누군가가 결국 대신해야 한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사실 위의 사유들을 장황하게 적긴 했지만.. 당장 우리 팀이 급하게 해야 하는 업무는 없어서, 팀 회의를 하루 안 한다고 큰일 날 건 없었다. 그리고 전 학기에 비해 이번 학기에 우리 단체 인원이 훨씬 많아져서, 개강 부스 인력이 부족할 건 더더욱 아니었다. 

 

결국 팀장이자 운영진으로서의 책임감 vs 저렴하고 여유 있는 여행 구도가 된 것이다.

 

한 5분 정도 고민했으려나?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는 전자이다. 더 비싸고 시끌벅적할지라도 금-토 여행을 택했다. 그 이유는 일-월 여행을 가도 월요일 내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책임감을 너무 크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다. 저번 학기의 전 팀장 언니도 회의를 결석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팀원이었던 나는 별 생각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개강 부스 인력은 원래도 일부 공강 시간에만 부스 운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월요일 내내 풀수업이 있는 셈 치면 (물론 아니지만) 개강 부스 불참도 당연한 것이다.

 

그래도 나의 양심과 책임감을 따라 나는 금-토 여행을 예약했다. 쓰다 보니 생각난 건데, 저번 학기에도 개강 부스 날인 월요일을 피해 그 다음 날부터 2박 3일 간 후쿠오카를 다녀왔었다. 사실 그 때는 월-수와 화-목이 둘다 평일이다 보니 가격 차이가 없었고, 친구도 휴학생이라 직장 등에 구애 받지 않아서 아무 고민 없이 화-목으로 예약해서 갔다왔었다. 이번의 경우 친구가 직장을 다니게 되었고, 여행에 주말이 껴있고, 내가 팀장이 되었다는 환경적인 변화로 인해 저번에 비해서는 고민을 좀 하게 되었지만.. 어찌됐든 간에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방향을 따랐다.

 

책임감 강한 것이 정말 중요하고 장점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사실 지나친 책임감은 스스로를 옭아맬 수 있어서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이걸 나는 지난 학기에 경험했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 뭐든지 과하면 안되고, 적당할 정도로 충분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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